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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쯔의 외부기억장치

이글은 제가 쓴게 아니고 모 대학 과 게시판에서 퍼온 글을 아래 트랙백주소의 블로그에서 펌한것입니다.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쯤 봐주셨으면 합니다.

전기전자산업정책. 매주 화요일 저녁 5시 30분에 302동 대형강의실에서 하는 수업입니다. 이 수업은 원래 석,박사 과정으로 개설되었지만 이번 학기 초 it4u 등에서 공지를 통해 일반 학부생도 들을 수 있는 유익한 강의라고 해서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어제 저녁 5시 30분에 302동에서 있었던 전기전자산업정책 수업의 이야기입니다.

이 강의는 매주 각 기업의 대표나 연구원들이 나와서 강연을 하는 방식으로 약간은 세미나와 비슷한 수업으로, 이번주에는 Digital Video Recorder 업체인 '성진씨앤씨'의 대표로 계시는 '공학박사 임병진' 님께서 나와서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DVR에 대한 설명,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력있는 분야... 라고 나와서 참 뿌듯하게 보고 있었습니다만, 조금 내용이 나가다가 대표님께서 '한국 벤처기업이 왜 자꾸 망하나'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부분에 약간의 씁쓸함이 있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대표님께서 '한국 벤처기업이 자꾸 망하는 이유' 중에 꼽은 것으로는 '정부의 이른 공적자금 회수'와 같은 내용도 있었지만 가장 길게 말씀하시고 또 가장 귀에 많이 들어온 것은 '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을 다른 기업이 인력만 빼가니 기술 개발한 회사는 망한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벤처회사들이 망하는 것도 다른 기업에서 핵심인력을 뺏어 싼 가격에 내놓기 때문이고 우리나라 기업이 대만, 중국에 금방 따라잡히는 것도 대만, 중국의 기업에서 우리나라 핵심 인력을 빼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인력을 빼가는 것은 정말 나쁜짓, 기업을 망하게,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짓이라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조금 위험한 말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새 전직제한에 대한 내용이 뉴스에까지 나올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관심거리인데 기업의 대표로서 저런 말을 서슴없이 하시다니, 자기도 공대 출신이면서, 그것도 미래의 피고용인이 될 공대학생들 앞에서...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한 학생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Q. '전직제한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경영인으로서, 공학자로서 대표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여기에 대한 대표님의 답변 또한 저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A. '한 기업에서 돈 들여 개발한 것을 다른 기업에 가서 써먹는 것은 나쁜 짓이다.'
A. '미국같은 곳에서는 그렇게 한 기업의 기술을 다른 곳에서 사용하면 민사 처벌뿐 아니라 형사 처벌을 받는다.'
A. '그래서 현재 1년간 전직제한이라는 "법"이 있지만 기업 단체에서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3년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

A. '지금 벤처기업 단체에서는 기업체에 있던 사람이 회사를 나와 그 기술을 가지고 창업할 경우 금융권의 지원이 나 정상적인 투자를 방해하여 "양성적인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등의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 대표님. 공학자로서의 의견은 어디로 가셨나요?

여기에 학생들은 만족하지 못한 듯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기업주가 돈을 조금 줘도 뭐라고 할 수 없는거 아닌가요?'

여기에 대표님이 한참 머뭇거리시더니 입을 여셨습니다.

A. '그럴... 수도 있겠지요'
A. '하지만 뭐 그러겠어요'
A. '그런 사람들은 악덕 기업주지요'
A. '하지만 동종 기업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기업에서 일을 하면 되잖아요?'
A. '전직할 정도의 능력이 되는 사람이면 꼭 동종 기업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기업에서도 일 잘할꺼에요'

아... 대표님. 그게 안되니까 문제 아닌가요?

강의내용도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도 기업가로서의 의견을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내
어 주신 것 같아서 씁쓸하게 유익했습니다.

임병진 대표님의 강연 중간의 말씀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때는 공대가 인기 1위였다'
'이과에서 전교 5등까지 중에 의대간 사람은 하나도 없다.'
'벤처붐 시절에 우리나라 벤처 회사가 잘 된 것은 그 시절의 똑똑한 사람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창업들을 해서 그렇다.'

대표님 강연 처음엔 이러시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지금 공대에 와 있지만 의대 별로 안좋습니다.'
'의사, 변호사 친구들 봐도 월세 못내는 친구도 있어요.'
'사회가 원래 뜨는 분야는 순환적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공학이 비인기일 때 오셨으니 행운아에요'
'다시 뜨는 날이 곧 올겁니다.'

아... 대표님.
우리는 당신네 세대보다 멍청해서 벤처 차려도 성공하기 힘들군요...
비인기 학과라 낮은 점수라도 들어왔는데 언젠가 뜨는 날이 오면 높은 점수로 들어온 당신들에게 '우리는 행운아에요'라고 해야 하는군요...

대표님의 강연 마지막쯤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원천기술이나 레퍼런스는 미국의 퀄컴 같은 곳에서 다 만듭니다.'
'사실 돈은 껍데기를 만드는 업체보다 그런 칩을 만드는 곳이 벌지요'
'우리나라가 휴대폰을 잘 만드는 이유도 그런 퀄컴의 보드같은 것을 사면 이미 90%는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나머지 10%만 잘 끼워 만들면 되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은 엔지니여 10명, mp3p는 엔지니어 3명이면 만들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그래도 경쟁력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일하자"라고 하면 한달이 되도록 회사에 살면서 부인이 빨래도 해다주고 하는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개발력"은 선진국에는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100원이 든다면, 일본 250원, 미국 400원, 유럽 500원 들지요'

아... 대표님
우리나라는 그런 엄청난 개발력이 있군요.
다른 선진국 엔지니어들은 열심히 일하다가도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집에 가는데,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빡빡한 프로젝트 일정에 맞추려고 매일 밤새고 자기 생활도
없이 회사에 모든 청춘을 다 바치는군요.
그것이 "개발력"이다고 지금 자랑하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일 시키면서 월급은 많이 줍니까?


마지막 질문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Q. '대표님은 97년도에 창업하셨는데 당시 한국은 IMF로 기업하기 힘든 시절이었습
니다.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대표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A. '저희집이 좀 삽니다.'
A. '부모님께서 사주신 아파트를 담보로 3억 대출받아 시작했지요'

아... 대표님
집이 좀 살지 못하는 평범한 대다수의 공대생들은 그냥 취업이나 해서 열악한 환경
에서 돈 조금 줘도 나가면 재취업도 못하니 불평없이 주는거나 먹고 일해야 하나요.

강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부모님이 잘 사시는 것도 아니라서 괴로웠습니다.

취업해서 일 하다가 기술과 경력을 쌓아 창업하려는 계획이 '기존의 업체들'로부터
철저하게 방해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괴로웠습니다.

지금 공대가 인기가 없지만 나중에 인기가 돌아오더라도 '낮은 점수로 입학해서 시절 잘 만나 잘나가는 행운아'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괴로웠습니다.

연구소에서 내 청춘 팽개치고 열심히 연구하면 기업가들은 그것을 '고마운일', '그
에 합당한 보수를 해줘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한국 엔지니어들의 마인드'로 여긴다는 것을 알아서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기업가가 월급 적게 준다고 불평할 수 없는 사회구조, 불평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업가들의 마인드, 불평하는 사람은 나가더라도 다른 회사에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기업가들의 전략을 알아서 괴로웠습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의사협회에서 저렇게 나온다면?

'한 병원에서 일하다가 다른 병원으로 갈 때는 1년간 같은 과목을 진료할 수 없다.'
'한 병원에서 일해서 배운 의료 기술을 이용해서 개업할 경우 금융권에 압력을 넣어 양성적인 자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한다.'
'병원에 왔으면 하루 종일 일해라. 그것이 한국 의사들이 다른 나라의 의사들에 비해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 의사들의 마인드", 곧 경쟁력이다'
'월급 적게 줘도 뭐라고 하지 마라. 어차피 넌 나가도 1년은 일 못하니까'

왜 의사의 10배, 100배에 달하는 전국의 공학인들은 아무런 말이 없을까요?

이공계기피, 고등학교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말이다. 이과:문과 비율이 3:7에 육박할 정도로, 지금은 이공계기피가 더 심한것으로 알고있다. 내가 공대생이라서가 아니라, 이공계를 자꾸 이렇게 혹사시키면 결국 피해를 보는것은 국민전체이다.

기업들에게 묻고 싶다. 기업의 모든 이공계인들이 개발에서 손을 놓으면 당신들의 기업이 잘 돌아갈것 같은가?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전국의 이공계인들을 전부 길거리로 내몰면, 이 나라가 잘돌아가 갈것 같은가? 우리나라는, 천연자원도 싼 노동력도,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우리나라는 이공계인들이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공계가 어려우면, 그 나라 경제도 어려워지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언제까지 두고만 볼것인가?

아 또 흥분해버렸어요 :(

* [펌] 공대 선택한건 역시 잘못한거였나.에서 트랙백되었습니다.
Posted by 알쯔
주절거림 l 2004/11/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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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도혀니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2동이라하면 서울대인데-_-;;;
    정말 저런 말씀만 하신 강의라면;;;;안타깝네요

    2004/11/05 00:37
  2. BlogIcon 알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혀니다// 네.. 서울대라고 합니다. -0-;;
    저도 펌글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런말만 하지는 않았겠지요.
    서울대 게시판쪽에서도 이야기가 많은가봅니다.

    2004/11/0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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